정혜신 작가의 『당신이 옳다』를 읽다 '다정한 전사'라는 말에 마음이 멈췄습니다. 다정하면서도 전사라니, 얼핏 모순된 것 같은 이 말이 제 마음을 딱 집어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인생은 늘 '다정함'과 '치열함' 사이의 줄타기였던 것 같습니다.

내려놓지 않기 위한 싸움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잡는다는 건, 매일이 싸움의 연속입니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싸워야 하고, 쉬고 싶어하는 내 몸과 싸워야 하고, 한정된 시간과도 싸워야 하죠. 일과 제 자신을 내려놓지 않으려 할수록 그 싸움은 더욱 치열해집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치열한 일상이 이제는 자연스러워졌어요. 때론 힘들지만, 이 모든 순간이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법정에서는 전사, 집에서는 엄마

법정에서는 치열하게 싸워야 합니다. 의뢰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죠.

하지만 그 치열함 속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으려 해요.

검사 시절의 저는 몰랐던 걸까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모든 사건에는 사연이 있고, 모든 사람에겐 사정이 있다는 것을요. 흑과 백만 있는 게 아니라, 때로는 회색지대에서 최선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압니다.

전투가 끝나고 돌아온 집

집에 돌아오면 다른 전투가 기다립니다.

아이들 숙제 검사, 남편과의 대화, 내일을 위한 준비까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전투는 즐겁습니다.

아이들과 다정하게 대화하다가도, 때로는 단호해질 줄도 알아야 해요. '이 정도면 됐겠지'라는 안일한 생각과 싸우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쉽지는 않죠. 하지만 이것도 제가 선택한 전투니까요.

외계인에서 동료로

처음 법조계에 발을 들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를 '외계인'처럼 바라봤어요.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들어온 낯선 존재였으니까요. 방송에 나오는 화려한 여성 법조인들처럼은 되지 못해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어느새 든든한 동료들이 생겼습니다. 그들도 저처럼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더군요.

우리는 모두 다정한 전사

돌이켜보면, 제가 만난 많은 워킹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다정한 전사'였습니다.

퇴근 후 아이 학원을 뺑뺑이 돌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동료 변호사,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아이 장래희망을 술술 읊는 의뢰인, 출장 가방에 아이 간식을 챙기는 여성 CEO까지.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었어요.

요즘은 남성들도 비슷한 전쟁을 치르고 있더군요. '워킹맘'이라는 말만 있고 '워킹파더'라는 말이 없는 게 이상할 정도로, 일과 가정의 균형은 이제 모두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완벽한 해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그게 제가 찾은 저만의 방식입니다.

당신도 그렇게 하고 계시죠? 잘 하고 계십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다정한 전사가 되어가고 있는 당신께,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